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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배운 지식으로 인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첫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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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잉글리쉬플랫폼 댓글 0건 조회 906회   작성일 19-09-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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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기자의 교육카페] AI가 넘보지 못할 교사 되려면 ‘지식 전달자’ 넘어서야

 

미국 조지아공대 아쇽 고엘 교수는 지난 학기 컴퓨터과학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300명이 넘는 학생을 위해 고엘 교수는 9명의 조교를 뒀답니다. 질 왓슨도 그중 한 명이었죠. 온라인 포럼을 통해 ‘수업 자료는 어디 볼 수 있나’ ‘제출한 과제를 수정할 수 있나’ 같은 학생들 질문에 답했답니다. 빠르고 정확한 응답에 만족하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몇몇은 그를 ‘우수 조교’로 추천하려고 했고요. 학기 도중 교수가 ‘진실’을 밝혔습니다. 질 왓슨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었거든요. IBM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왓슨을 토대로 개발한 ‘채팅봇’이었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답니다. 머지않아 ‘AI 조교’와 온라인 강의 공개강좌(MOOCs)가 결합하면 오프라인 수업을 능가하는 온라인 교육이 가능할 수도 있겠죠. 지난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자 한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교육계도 AI가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빗겨날 순 없겠죠. AI가 인간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미래엔 학교와 교사도 변해야 할 테니까요. ‘알파고 쇼크’ 이전에도 ‘지식의 전달자’라는 교사의 전통적인 역할엔 의문이 제기되던 참이었습니다. 인터넷·모바일의 발달, 급격한 사회 변화 등으로 교사가 가르치는 지식의 가치는 반감됐습니다. 2014학년도 수능 오류 사건이 보여주듯 교과서로는 세상을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죠. “요즘 아이들은 교사에게 배운 지식으로 인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첫 세대”(유발 하라리·『사피엔스』의 저자)라는 전망도 나오죠.

 

“이미 학생들은 교사·교과서보다 (스마트폰을 누르는) 손가락을 믿는다”는 교사의 푸념도 나옵니다. AI 시대의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세 명에게 물었습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컨설턴트로 변신해야 한다”고 답하더군요. 앞으로 인간의 경쟁력은 창의성이 될 텐데, 창의성을 키우려면 ‘교사가 주고, 학생은 받는’ 식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죠. “토론식 수업으로 지식을 마음껏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업의 주인공은 학생이고, 교사는 학생을 돕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입니다. 교직 경력 30년의 송형호 서울 천호중 교사는 ‘재미와 감동’을 꼽더군요. 교사가 연예인이 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죠. 그는 “학생은 자기가 참여해야 재미를 느끼고 교사와 소통해야 감동을 얻는다. 참여하고 소통하는 수업을 만드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하더군요.

 

한 입시 전문가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답변 대신 군산여고 심은정 교사에 대한 기사를 알려주더군요. 한때 교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심 교사는 고등학교 때 만난 두 담임 선생님의 애정에 감동해 사범대에 진학했답니다. 교사가 된 뒤엔 수업에서 도망쳐 PC방에 가는 학생, 교사를 외면한 채 책상에 엎드린 학생에게 계속 말을 걸었죠. 선생님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려 한 거죠. 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교사, 참여·소통으로 재미·감동을 주는 교사, 자신이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교사야말로 AI가 쉽게 넘보지 못할 사람의 역할 아닐까요.

 

천인성 교육팀장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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